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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니
요즘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저 역시 두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어느 부위? 위치? 인지 알 수가 없게
머리 전체가 아파지네요.
다들 평안하신지요.
다들 건강하신지요.
아쉬움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이유로 숨 가쁘게 살아왔고
아이에게도 은연중에 강요하며 사는 제 모습이 싫었어요.
어느 날 저를 돌아보니 감사와 여유를 가지자고
아이에게 또 강요 아닌 강요를 제가...하고 있더라고요.
감사와 여유, 쉼은
누군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물들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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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삶을 바꾸었듯이
장례 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고
저희도 조문과 조의금, 근조 화환이 없는 장례를 하자고
부모님이 말씀하셨어요.
위로의 마음 전해주신 분들,
할아버지가 천국 가시는 길 화환보다 아름다운 기도로
인사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 마음 잊지 않고 인생길 걸으며
기쁨과 슬픔 함께 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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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편이 바로 내려갔는데
남편이 많이 놀란 채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과 아버님을 비롯하여 (저희 엄마, 아빠)
이모님, 숙모님, 친척분들,
모두 남편을 붙잡고
너무 다급한 목소리로_
'절대 희정이 내려오지 못하게 해라 임서방'
'네? 왜요? 희정이 지금 내려오려고 준비중인데...'
'절대 안된다!
예준이 면역력 약해서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여기있는 사람들 다 못살아.
절대 희정이 내려오면 안돼.
희정이 내려온다고 할까봐 지금 일이 손에 안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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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엄마가 울먹이며 전화와서
'엄마, 할아버지 천국에서 이제 편안하실 거예요' 위로해드렸더니
네가 내려온다고 고집 피울까봐 그게 더 슬프다고.
제발 엄마 신경쓰이게 하지말고
집구석에서 예준이 잘 챙기고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네가 안 온다고 확답을 안하니까 이모랑 여기 사람들 모두 지금 안절부절하고
네가 올까봐 너무 신경쓰이고
제대로 상을 치를 수가 없다고.
너는 왜케 사람 말을 안듣냐고.
이후 이모도 두 번 전화오셔서 안 오는게 도와주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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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이가 엄마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왜 엄마가 가보지 않는지 궁금해하니까
교육상이라도 가야 한다고
마지막 핑계를 대며 엄마와 이모를 설득해보려고 했는데
그조차 실패했어요.
저는 모두의 만류로 결국 집에서 할아버지를 보내드렸어요.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들고
그냥 당일치기로 얼른 다녀오고 싶었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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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혹시... 가족들이 너를 불편해하냐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네가 오는 걸 다 싫어했다면서
하긴 본인도 내가 좀 불편하긴 하다면서_ 이해가 된다고
이 와중에 농담을 해서 저도 피식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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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들, 친척들 에피소드는 참 많은데,
제가 두통이 없을 때 많이 풀어볼게요.
어렸을 적부터 별로 가진 것도 없어도
마음은 진짜 부자로 유쾌하게 살았어요.
친가, 외가 모두 그러세요.
장례식장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화기애애 한 분위기를 남편이 부러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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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에
벧엘 목장에서는
예준이 소가 첫 새끼를 낳았어요.
예준이 소 기억하시지요?
새끼 낳고 있는 모습.
(난산이었대요_ 힘들었지 예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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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동물도 귀하고 귀합니다.
잘 지켜주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먼저 가신 분들도 우리를 지켜보고 지켜주실거니
우리는 삶을 다하는 날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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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내일의 일들로
밝게 돌아오겠습니다.
맑은 정신으로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