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남편과 예준이가 논 흔적을 보다가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예준이가 과외를 하는 동안 글을 써봅니다.
"엄마! 학교에서 발야구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나는 코치 역할이야. 진짜 재밌었어.
발야구 시간이 제일 기다려져."
예준이는 어릴 때부터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할 때도
술래를 한다는 말을 종종 했어요
그때는 저도 어렸을 때라서
마음속으로 걱정이 될 때가 있었어요.
아니 술래만 했다고?
헉, 혹시 따돌림을 당하는건가?
왜 자꾸 우리 애한테 술래만 시키는거지?
그리고 예준이를 앉혀서 이렇게 말했어요.
"예준아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는게 좋지 않을까?
너만 술래를 하면 불공평하지 않아?"
"엄마 내가 술래하겠다고 했어요.
나는 술래가 좋아요.
내가 숨은 아이들을 찾는게 좋고
내가 아이들 달려가서 찾는게 재밌어요.
또 하고 싶어요."
그런데도 제가 아이 키운 경험이 짧았던 터라,
아이 말을 온전히 믿지 않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닐거야 아닐거야.
저건 자기 합리화일 거야.
달리기를 못하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우리 예준이 불쌍해라.
하지만 내가 엄마니까
예준이의 포지션을 응원해주고
술래를 완전 재밌게 하도록
같이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차츰 시간이 흐르고
아이도 자라고 저의 마음도 자라면서 알게 되었어요.
예준이 말이 정말이라는 것을.
술래를 진짜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내 아이를 더 믿어주면 된다는 것을.
/
술래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엄마의 시선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엄마의 편견이 아이를 불쌍하게 만들 뻔 했다는 것을.
/
고학년이 되면 체육 시간에 발야구가 있어요.
예준이는 야구를 좋아했던 남학생이라서
규칙을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더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코치 역할이 너무 좋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공을 잘 차는 것도 중요하고
룰을 잘 알고 게임이 잘 돌아가게 하는 코치도 정말 중요하잖아요.
예준이는 지금 코치를 하는 자신의 역할을 진짜로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감사하게도 3월 초 23표나 받고 학습회장이 되었고
더욱 감사하게도 반 친구들이 마음이 착하고 순둥순둥하여
예준이를 잘 따라주고 있고, 반 분위기도 좋아요.
그런데도 남편은 어제_
"친구들이 너 못한다고 공을 차지 말래? 그런거야?" 라는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바로 그때!
자존감 높은 예준이가. 화 한번 내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반 친구들이 제가 코치 역할을
가장 잘 할 거 같다고 생각했나봐요.
저를 코치로 밀어주어서 넘 좋아요.
우리반 친구들 정말 착하고 공도 진짜 잘차요.
아빠, 현빈이라는 친구는
특히 운동 진짜 잘하고 거의 날아다녀요,
다른 친구들도 다 잘해요"
남편이 부끄러웠는지
갑자기 자기 자랑을 시작.
자기가 공을 더 잘 찬다고.
자기가 포켓몬 빵을 30개를 한꺼번에 구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