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오로지 세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잘 마치고 왔어요.
세 녀석들 모두 순둥이들이라서
단 한번의 트러블도 없이
깔깔거리기만 한 여행이었어요.
물론 중학교 2학년인 형아가
초딩 동생들을 잘 챙겨주어서 가능한 일이었고요.
이모가 진짜 고맙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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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람쥐장터를 지켜주신 고객님들, 모든 생산자님들.
그리고 사촌동생 그리고 도영이사님 고맙습니다.
특히 우리 고객님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자식일도 그렇고 회사일도 그렇고
좋을 때는 누구에게나 나이스하게 잘 대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요. 그건 초딩들도 그렇죠.
기분 좋을 때는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상사에게도 잘하죠.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내 마음이 어려울 때,
회사가 위기의 상황에서
본성, 본심, 진짜 그 사람이 드러난다고들 하죠.
최근 느끼는 부분이 많아서
예준과도 남편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영역...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좋을 때만 보지 말고
싸움도 해보고 안좋은 시기도 같이 지나봐야
진짜 그 사람을 알 수 있고요.
(미혼인 분들 꼬옥 크게 싸워보고 결혼하세요
저는 크게 싸워보지 않고 결혼을 해서
정말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십년이 지나고서야 적응이 되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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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이가 제 핸드폰으로 찍은 셀카를
스토리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저를 많이 닮았다고 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어릴 적에는 남편 판박이였는데
크면서 제 얼굴이 점점 보이더라고요. ^^
제 얼굴뿐 아니라 저의 단점도 모조리 닮을거고
운이 좋다면 조금 있는 장점도 닮을 거고요.
꽁꽁 숨기고 싶은 점도 어쩔 수 없이 닮을테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닮아가겠죠.
제 뒷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제 한숨을 들을거고
제가 무서운 콧바람 날리며 신경질 팽팽 내는 것도 들을거고
가끔은 사람에게 사물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도 닮을 거고요.
(지금 제 노트북 진짜 말썽인데 1년째 기회주는 중 ㅎ
디자이너에게도 재호에게도 최신 노트북을 사주었지만
내꺼는 안사고 기회만 1년째 주는_ 부팅에 20분 걸리지만 새로 사면
적응에 2년이 걸릴까봐 ㅎㅎㅎㅎㅎ)
몇 번의 기회를 주다가 본인의 상황이 좋을 때만,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것이 느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냉정함은
우리 예준이는 벌써 배운 거 같더라고요.
암튼 더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기도하는 목소리와 찬양하는 목소리도 들으면서 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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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정엄마 생신이신데 엄마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지
제가 보고 자란 엄마아빠의 뒷모습을 생각하니
감사함이 더욱 커졌어요.
엄마 생신이셔서 엄마 자랑을 해보고 싶어요.
엄마가 저와 동생을 키우면서 단 한번도 집에서
다른 집 아이의 성적을 물어본 적이 없고
제가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엄마가 학부모 대표를 하시면서도
어려운 학생들을 몰래 돕기 위해 학교측과 소통하는 것 외에
저와 동생을 통해 친구들의 성적과 신상을 궁금해하신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예준이에게 지금까지 학교친구들이나 학원친구들이나
걔는 잘하니 못하니 궁금하지도 않고
단 한번도 주변 친구들의 신상, 성적 물어본 적도 없어요.
예준에게 묻는 것은 오로지 하나,
학교에서 물 마셨니.
학원에서 물 마셨니.
뭐? 안 마셨다고?
너 나랑 지금 장난하니? 다 때려쳐,
학교가 중요한 게 아냐.
사람은 수분이 부족하면 죽는거야.
라는 얘기를 시작으로 여기에 쓸 수 없는
수분 부족에 대한 점점 극단적이고 심한 얘기들을 하면서 화가 솟구쳐서
남의 집 아이에 대한 것은 물어볼 새도 없어요.
숙제도 다 때려치고 수분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예준이가 매일 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서
물에 대한 강박이 심해요 제가.
물을 먹어서 독한 성분을 중화시켜야 한다고
제가 혼자 생각해요_
의학적 근거 물론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남의 집 아이 성적을 모르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학원선생님들과 통화해보면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물론 또다른 쪽으로는 관심이고 내자식 동기부여를 위함이라는
것도 이해를 전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선생님과 함께 당황스러운 경우를
몇 번 겪은 엄마라 끄적여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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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아빠가 저를 키운 것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준이를 키우지는 못하고 있고
물이나 밥 때문에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
느려터지고 게다가 양심까지 없어보이면
등어리도 찰싹 때리고
그라데이션 분노를 오늘도 내일도 보이는 저이지만,
저도 엄마처럼 아빠처럼
내 자식만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고 아끼면서 살게요.
엄마 생신 정말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 모두
엄마에게 보내드리는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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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장터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에게 선물같은
생산자님들 고객님들 사촌동생,
고마워요.
저도 선물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